어제 남편과 장안사를 지나 "대운산" 이란 곳에 다녀왔다.
언젠가 부터 등산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고요함과 혼자만의 공간의 자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은이들에겐
그 즐거움을 만끽하기 힘들 때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산길을 가다 사람들의 무리가 보이면
남편은 "휑" 하고 앞서 가 버린다.
그러면 나는 허겁지겁 따라가고...
자연의 소리와 풍경에 흠뻑 젖어 있을 때
사람들의 큰 목소리와 부산스러움은 ...정말 반갑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산은 나만의 것, 나 혼자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닌걸.
걸음이
빠르고, 체력 또한 강해서 혼자서 하루 종일 산을 쏘다니던 남편도
가끔은 나와 동행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조금 여유로운 산행과 소지품을 나를 위해 준비하고는
가볍게 나선 길.
사람들의 진행 방향과 반대코스를 선택했다.
역시 조용해서 좋았다.
산길을 갔다. 말없이.
한 참을 걷던 남편은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서 맛있는 점심을 해주겠단다.
산에서는 취사가 금지 된것으로 아는데
버너에 물을 끓여 만들어 준 점심은 ...컵라면이었다.
오붓하게 먹는 컵라면
산이라는 공간, 나무와 흙, 돌, 새들, 가끔씩 보이는 청솔모, 바위들
그 공간에서 느끼는 컵라면의 맛은 인스턴트이지만 자연의 맛에 동화된 맛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맛있다고 혼자 연발하며 뒷마무리를 하며 즐거워 하는 남편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집에서는 절대 먹지 못하게 하던 일회용 커피도 보글보글 끓여 맛있게 마시고
또 산길을 갔다 . 말없이.
남편의 뒷모습을 쫒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