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티브이 화면에 스쳐 지나가던 한 모험가의 모습에
빨리 영화관에서 만나야 겠다 생각을 가지고 있던 영화였다.
무언가 목적과 의미가 필요충분 조건에 부합하여야만 영화라는 것을 보던 남편이
주도적으로 같이 보기를 원했다.
남편은 요즘..거의 산에 미친것 같다.
하루에 한 두개씩 택배로 배달되어 오는 아웃도어 용품들.
날이 갈수록 듣도 보도 못한 등산용품을 질러대는 남편을 보고있자니
건전한 취미생활이라 하더라도 조금 못마땅하다.
모름지지 산을 좋아하고 즐긴다 함은
비우고 또 맑은 것으로 채우려 하는 마음의 정화라는 행위라고 생각되는데
산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몰입하여 그 호기심과 모험심이 충족 될 때까지
사모으고 , 들여다 보고, 닦고, 갈무리하고, 등산 계획을 세우고 하는 그 모습은
과유불급이라는 노파심과 불안함에 쌓이게 한다.
그리고는 일상의 휴식과 안락함과 가족과의 소통시간과 게으름을 던진채
그 것들과 함께 휴일이면 어김없이 새벽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가끔씩 따라 가긴 하지만 빠른 남편의 걸음과 체력에 오히려 서로 마음만 상하기 일쑤다.
으례 그렇듯 지칠 때까지 내버려두어야 제자리에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기에
삶과 자신의 팔을 바꾼 한 모험가의 영화를 기꺼이 같이 보아주었다.
고딩이 되는 작은아들에게는 온갖 부정적인 사춘기 반항심을 날려버리게 할 목적과 함께.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얼마나 많으며
그러한 것들은 극복해내야 하는 것이며, 삶에 대한 더 큰 열망을,장미빛 앞날을
꿈꾸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영화의 주제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던져진 절박한 선택으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시작 부터 경쾌한 음악과 탁 트인 그랜드 캐넌의 협곡들은 청각과 시야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한 위험한 협곡 사이를 주말이면 미친 듯이 질주 하는 "아론"
자신이 원하는 것, 가야만 하는 것이라면 , 다른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생활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다림이라도 그것들은 외면 한채
오로지 자신만의 모험심에 몰입하여 내달리는 아론의 삶.
그래서 때로는 가족들과도, 연인과도 멀리 한 채 계속 된다.
그렇듯 질주 하던 아론의 삶도 달리던 발밑에 구른 커다란 바위덩이에 한 팔을 끼이게 되면서
127시간 동안 정지하고 만다. 바위에 끼인 팔을 빼내려 몸부림치는 처절한 사투의 시작과 함께.
그에게는 세워 두고 온 차의 시원한 청량음료도 없고
간절히 바라는 도움의 손길도 전혀 없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협곡의 틈에서 만의 짧은 생존의 시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삶의 대한 긍정적인 애착과 위험에 대처 할 수 있는 침착함과 이성이 있었다.
127시간 동안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계획적인 일들을 하며
(물과 비상 식량을 절약하며 체온을 유지하고 또 계속 생존을 위한 노력들을 쉬지 않은 채)
잊고 지냈던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그제야 떠올리며 절박하게 살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 본다.
127시간의 사투 끝에 결국 그는 ..한 쪽 팔을 죽음(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굶어 죽는것)과 바꾸는 것으로
또다른 삶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 영화는 그의 그러한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그랜드 캐넌이라는 자연의 한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하며 자연 또한 인간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거기에 항상 자연은 있지만,
얼마나 "겸손해야 하고 진정성있게 다가가야 할 존재" 인가라는 진리 말이다.
오늘도 남편은 새벽 밥을 먹고 일찍, 달그닥 거리는 배낭의 종소리를 여운으로 남기며
간식을 챙기고, 새 등산화를 신고 ,모자를 눌러 쓴채
근처 지방의 한 산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길을 간다. 말없이 (0) | 2011.03.14 |
---|---|
[스크랩] 명가원 - 정화와 치유를 위한 음악 명상 (0) | 2011.03.07 |
그리움 (0) | 2011.01.25 |
걷기(walk) (0) | 2011.01.24 |
For You-기분 전환을 위하여 (0) | 2011.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