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가벼워 진다는 것

런앤힛 2014. 4. 2. 09:08

 

 

 

 

또 봄이 왔군요.

또 꽃잎이 떨어지겠지요.

 

얇디 얇은 벗꽃잎은 가벼움 그 자체입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하늘.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 김훈의 소설 "화장"이라는 단편 소설이있습니다.

오래전 읽은 "화장"이란 이 소설이 자주 떠오릅니다.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생략)

 

화장품 회사에 다시는 중역 오상무

그는 오래전 부터 같은 회사에 다니는 추은주라는 여인을 마음속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런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오상무의 아내는 뇌종양을 투병하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투병으로 혹독한 고통에 시달리던 아내는 "火藏" 으로 가벼워집니다.

아내의 화장 중에도 오상무는 화장품 광고문안으로 혼란스러워합니다.

아내를 화장하고 회사에 돌아온 날 오상무는 추은주의 사직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아내를 화장하고, 아내가 사랑하던 개"보리"를 안락사 시키고 온 날 밤 오상무는 아주 편하게 깊은 잠을 잡니다.

"보리"란 죽어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뜻입니다.

 

오상무는 내일 아침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할겁니다.

조의금 합계 오천만원 중 장례식비를 치르고 딸아이 결혼식 치르느라 빌린 대출금을 갚을겁니다.

이제 부턴 정말 가벼운 삶을 시작 할겁니다.

 

사랑했던 추은주가 아내의 영정에 절을 할때 거칠어진 그녀의 뒷꿈치를 봅니다.

결혼과 함께 무너져 간 어여뻣던 처녀의 아름다움과도 작별을 합니다.

사직서를 수리하듯 모든 것은 가볍게 떠나보냅니다.

 

"제가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를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속으로 사라지고

저의 부름이 당신에 닿지못해서 당신은 마침내 3인칭이었고

저의 부름과 이름사이의 아득함을 건널수 없었는데

저의 부름이 닿지 못하는 자리에서 당신의 몸은 햇볕처럼..."(생략)

 

 

추은주가 사표를 낼때 사람들은 그녀가 떠나감을 아쉬워 하는것이 아니라

별 큰 성과 없던 그녀의 근무성적만 이야기합니다.

 

세상 모든것들은 너무 가볍습니다.

사람과사람사이, 사람과 일, 사람의 사랑들...

죽음도 지나치게 가볍습니다.

아내의 죽음으로 오상무는 가벼움을 느낍니다.

 

화장(化裝)을 하며 아름다워지는 것은 화장(火藏)하여 가벼워지는것과 같은 것일까요?

오상무는 화장품 광고 문안을 "가벼워 진다는것"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가볍게 떨어져 낙하하는 꽃잎처럼

인간의 분홍빛 육체도 존재의 조건속에서 파괴되어지고 사라져갑니다.

 

4월이 시작되는 첫날

참을수 없었던 쿤데라의 가벼움을

이제는 가볍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나칠만큼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김훈

"칼의 노래"에 묘사된 아름답고 화려했던  고독과 슬픔 죽음

 

올해 봄은 ..봄바람에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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