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울지마 톤즈

런앤힛 2011. 1. 8. 16:10

 

 

 

 

 

오늘 아침

남편과 작은 아들 그리고 나 이렇게 세사람은

토요일 아침인데도 늦잠을 포기하고 서둘러 집을 나란히 나섰다.

아들은 사촌과 만나 영화를 보기 위해 먼저 뛰어가 버렸고

남편과 나는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지하철로 향했다.

남편은 노포동 역으로 가서 장안사로 혼자 등산을 간다고 했고

나는 "울지마 톤즈" 영화를 혼자 보기 위해서다.

 

휴일이면 7~8시간 산을 오르고 내리는 강행군을 즐기는 남편은 무척 발걸음이 빨라

나란히 걷고 싶어 뛰다 시피 해도 저만치 거리가 생긴다.

뒤를 돌아 보며 조금씩 기다려 주긴 하지만

슬그머니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며칠 전 공부를 같이 하는 선배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 적이 있다.

선배라지만 나이는 나보다 너댓살 어린 걸로 아는데

산만큼 큰 덩치와는 달리 눈매가 선하여서 왠지 의지가 되곤했는데.

그 나이 어린 남자 선배는 이리 저리 차가 지나갈 때 마다 나의 뒤를 감싸주며

차도에서 위험하지 않게 안으로 당겨주었다.

왠지 그러한 보호를 받는 순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남자로서의 느낌이 아니라 언제나 꼿꼿하고, 나이들어가는 여자의 자존심만 가득 찬 나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려는 그 마음이 고마와서이다.

 

그러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잠시 섭섭한 마음을 가졌지만

나는 곧 나를 다독였다.

왜냐하면 남편은 그러한 행동은 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훨씬 더 큰 힘과 사랑으로 나를 보호해주는 너무나 큰 존재임을 알기에.

남편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그러한 기준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이라는 밧줄 같은 것으로 상대를 옭아매려는 나의 욕심이라는것을 이제는 깨닫고 있으니까.

금방 마음은 편해지고

나는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있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감동적인 이태석 신부의 불꽃 같은 삶.

시작 장면은 모자를 쓴 그가 트럼펫으로 "비가 오면 생각 나는 그사람..." 그 때 그 사람의 연주곡이다.

말기암 병동에서 죽음을 몇 달 앞두고도 "불꽃" 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환자들을 위로 하던 그의 뜨거운 열정

모든 사진과 동영상 에 찍힌 그의 표정은 항상 커다란 미소였다.

어릴 적 그의 환경도 열악하기만 한 부산의 한 산동네 골목길.

그런 그에게 어떻게 그토록  커다란 사랑의 힘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10남매중 9째 였던 그의 탄생은 이미 신에 의해 정해졌던 것이었을까?

신에게 선택된 사람이라고 하기에 그는 너무 인간적이고 다재다능하였다.

종교를 떠나 , 그 곳사람들에게 해주는 것이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라는 답을 알고있었고

세상이 버린 수단의 남부 톤즈 사람들에게 기꺼이 꽃이 되어 산화한 이태석 신부님.

 

기타와 악기를 들고 연주 할 때 그는 멋진 예술가였고

칠판에 수학 공식을 쓰며 톤즈의 아이들을 가르칠 때 그는 위대한 교육자 였고

넘쳐 나는 빈민 환자들을 돌보는 그는 위대한 슈바이처였고

전쟁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 사제복을 입었을 때 그는 성자였고

어머니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그는 착한 효자아들이었고

한센인의 아픔을 같이하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준 그는 그들에게 영원한 아버지였고

....

이렇게 가슴 먹먹함으로 눈이 뜨거워져 식지 않는  나에게 그는 앞으로의 내 삶에 아득한 그리움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사랑이라 불리운 사람, 이태석 신부는 이렇게 내 삶에 한 줄 깊은 기억이 되었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故 이 태석 신부님과의 생전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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