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꼭 일 년 전 이맘 때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평소 젊은 사람보다 건강하셔서 우리들의 충격은 엄청났다.
병명은 뇌경색이었는데, 이틀만에 뇌출혈을 동반하셔서 수술이 불가피하였다.
쓰러지시기 전 날 그 무렵 몸이 안좋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한창 배우고 있는 약선 음식 몇가지와 김치, 식혜를 만들어서 다녀온 나는
이만저만 놀란게 아니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간 응급실에서는 그렇게 당당하고 깔끔하신 분께서
의식을 잃은 채 모든 육체와 정신을 놓아버리신 모습이
아직 나이드신 가족의 황망한 모습을 겪지 않은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예징이 있듯
어머님께서는 10년전 부터 혈압약을 드시고 계셨고
쓰러지시기 한 달 전부터는 팔 다리에 힘이빠지는 통증을 호소하셨는데
4남1녀 외 모든 가족들이 병원을 가시기를 권유하셨으나
젊을때 생긴 근육통이라 우기시며 한방치료만 고집하셨다.
심상찮은 팔다리의 근육통이 그 전조증상이었던바
병원에 가셔서 가벼운 검사만 받으셨더라도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단호한 어머님의 고집을 꺾을 사람은 집 안에 단 한명도 없었는지
어쩌면 그렇게도 그 병에 대해 모두들 무지했던지
시급한 수술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누워계신 어머님을 보는 가족들은
그 날 이후로 모두 황망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젊은 날 우리 인간들은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가는 것인지 수많은 고뇌의 밤을 보내고
각고의 노력으로 삶을 영위해 간다.
하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 부터는 잘 죽기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하고 싶은 일만하고 하기 싫은 일은 외면한 채 사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니듯
피할수 없는 죽음이라면 더 잘 죽기위한 노력이 정말 필요한것 같다.
지금 이라도 의식이 돌아오고 건강이 회복된다면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으나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신다면
어머님은 잘 죽기 위한 어떠한 노력과 준비도 못하신채 가실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아무도 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죽음은 간접체험일 뿐 직접체험일 수 없다.
죽어본 적이 없으니, 어떤 죽음이 옳은 죽음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잘 죽어야 한다.
평소에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곁에 있는 모든이들을 배려한다면
잘 죽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돌이킬수 없는 병으로 병원에서 온갖 의료기구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해 갈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도 준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로지 죽음이 임박해야만 할 수 있는 용서와 화해를
미리 준비하는 것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디 어머님이 건강해 지시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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