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 음식 전문점 - 정림(貞林)
비가 하루 종일 내려
빗물의 축축함이 젖어 들 듯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온 사위가 잔뜩 물기를 머금은 날이다.
그 동안 생각만 하다가
가보지 못한 곳으로 발걸음 내딛어 보았다.
전국적인 지명도와 인지도가 있다는 정림(貞林)
우거진 숲이 곧게 들어서있다는 뜻인가...
하여튼 나름의 주인장 철학이 있을 법한 간판아래
우산을 쓰고 입성하였다.
바로 입구 오른편에 연구실이라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내부는 옛날 전통의 느낌으로 꾸며졌고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사진을 다 찍었으니
아래의 모든 음식을 다 먹었던 것이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평소 식사량에 비해 많이 과식한 듯하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관찰과 다양한 접근법이란 ..목적의식 때문이니..
지나침이 있었더라도 재미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1. 앞접시와 조를 넣은 호박죽
2. 쌈밥과 달맞이 잎사귀 효소로 소스를 만든 달맞이 잎 샐러드
잡곡밥으로 김말이를, 곰취장아찌와 깻잎으로 쌈밥을 만들었다.
달맞이 잎 샐러드는 소스맛이 아주 좋았다.
달콤하면서 신 맛이 강하지 않아 많은 양이었음에도 거의 다 먹을 수 있었다.
3. 야채까나페와 감자 장아찌를 이용한 밀전병
까나페는 사과 조각에 효소를 이용한 견과류를 올린 듯하고
감자를 얇게 저며 간장 장아찌로 담그어 전병으로 이용하는 것이 새로왔다.
4. 감자를 채썰어 전분을 별로 제거하지 않고 효소액으로 소스를 만들어 샐러드가 나왔고
부추와 함께 돼지고기 양념구이가 나왔다.
양념돼지고기 구이는 냄새가 나지 않고 맛도 좋았다.
역시 효소가 가미된 듯하다.
5. 두릅과 부추를 데쳐 초고추장을 곁들인 접시는 조금 생뚱맞은 메뉴같았다.
가장 성의 없는 구성이었던것 같고
역시 장아찌로 구성된 접시가 하나 있었다.
무우, 부추, 곰취, 그리고 알수 없는 한가지...
6.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잡채, 오방색을 맞추려 한 듯하나 역시 조금 성의 없어 보이고
수수부꾸미도 한 입크기로 나왔다.
7. 삼색전은 새송이 버섯을 계란에
김치전과 부추전을 같이 곁들였고
색감은 고왔으나 맛은 그에 못미치는 수육 쌈.
여기까지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비위를 상하게 한 주범이다.
수육 한 점을 먹고 나서 바로 입맛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리 한지 시간이 지난 듯한 질감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8. 메로 간장 조림과 버섯 탕수육
모든 간장 조림에도 효소를 사용한 듯하다.
효소는 가열시 모두 사멸하므로
조리 온도가 40도가 넘으면 안되는데
그것을 고려하여 요리하였는지 물어보고싶었지만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9. 튀김과 다시마 쌈말이
역시 조금 구성이 맞지 않다는 느낌의 메뉴인데
대추, 호박, 고추, 쑥, 새우를 튀김으로 이용하였고
10. 코스의 마지막에 역시 한국인의 힘
밥이 나왔다.
주로 나물과 장아찌, 물김치가 주를 이루었고
강된장과 된장국을 곁들인 찰밥이다.
11. 평소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실험하는 기분으로 모든 음식을 맛보았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마음과 생각과 주관으로 음식을 만들고 구성하였는지
잘 살펴보고싶었다.
12. 마지막에 수정과와 잡곡떡이 다식으로 나왔다.
밥과 같이 나온 반찬까지 합친다면
거의 30가지 정도의 음식과 찬이 나왔던것 같은데
정말 그 다양한 구성과 가지수 만큼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음식은 간이 강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게 조리한 것 같아서
그 점 또한 매우 높게 점수 주고싶다.
현대인의 무감각한 입맛을 자극하는 강하고 매운 맛을 배제 한채
될 수 있으면 부드럽고 담담한 맛으로 조리하였으니
그러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입맛을 고려하여 차려진 정림의 밥상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약선 식당임을 강조 하던 것에서
군데군데 약초발효 음식이란 쪽으로 그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듯한
느낌이 있다.
한의학을 근간으로 하여 음양오행과 치선에 무게 중심을 두는
진정한 약선 음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먹어서 약이 되는 음식 모두가 다 약선의 궁극적 귀결이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먹어 보지 못한 야생초를 음식으로 이용한
주인장의 노력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체로 한량한 식재가 많아서
비위가 허한한 나에게 그리 맞지는 않은 것 같다.
가지수를 줄이더라도
한량한 식재와 온열한 음식의 구성으로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포괄적으로 적합한 음식으로 다가간다면
아주 훌륭한 약선 음식이 될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