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음식

약선 음식이 가야 할 길은

런앤힛 2012. 2. 27. 13:01

언젠가 부터

인간의 몸과 삶에 관심을 가지고

육체 뿐만 아니라 영혼에 양식이 되는 그러한 음식의 지엄함에

조금이라도 다가가 보려

조리수업도 배워보고, 한의학에도 부분적으로 접근해보고,

음식과 연관 되는 산업및, 학문에도 부분적으로 호기심을 가지며 발걸음을 재촉해왔습니다만.

 

하나의 산을 오르고 나면 또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듯

하나의 공부를 하고 나면 또다른 공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부가 기다린다는 뜻은 무언가 부족한 것이 아직도 많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먼 길을 가기 위한 준비조차 안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음식을 너무 형태나 성상의 것으로만 접근 한것이지요.

형태나 성상 이면의 그 본질과 개념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채로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합니다.

어차피 내가 가기로 한 길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천천히 가면 될것이라고 말입니다.

거꾸로 지금 하고있는 일이나 공부를 다시 짚어가는 일입니다.

거창한 전통 음식이나 궁중 음식, 파티 음식과 같은 현실감이 먼 음식이 아니라

모두가 먹고 있는 밥, 국, 김치, 된장.... 과 같은  생활 음식에서 약선을 하나씩 되짚어가야합니다.

 

아래의 글은 약선 에 대한 문제점 고찰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로써

현재 슬로푸드 문화원의 사무총장으로 계시는 분의 글입니다.

페이스 북에 올라와 옮겨봅니다.

 

....옮긴 글 ..........

 

<약선과 영양주의>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쾌락주의 보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전통에서 보듯이 영양주의가 강했다. 식생활에 대한 영양주의적 가치관은 일제시대 이후에 서양 식품영양학이 들어오면서 더욱 강고해졌다. 식품영양학은 현대식품산업을 뒷받침하는 대단히 강고한 이데올로기로 작동되면서 현대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양학에 기초해서 동물먹이(사료)와 식물먹이(비료)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달걀이 부화되고 불과 20일 만에 찐빵처럼 살이 푹푹 찐 영계가 생산되어 삼계탕 파우치로 판매되는가 하면 아파트형 식물공장에서 LED 등불을 켜서 채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식품영양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생산된 닭과 상추는 자연 상태에서 제시간을 들여서 키운 닭과 상추와 영양성분구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가? 맛은 땅에서 만들어지고 기운은 하늘에서 만들어진다는 기미론(氣味論)’을 근간으로 하는 약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틀린 말이다. 실제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면역력이고 그 동식물의 성질인 것인데 햇빛, , 바람과 땅의 다양한 간섭과 상호작용을 배제하고 공장형으로 키운 식재료와 그것을 이기고 자란 자연 상태의 식재료가 똑같은 면역력, 성질을 갖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인 것이다. 성분으로는 같을지 몰라도 성질이 다르므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에게 주는 작용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 식품영양학은 최종 결과물로 나온 영양소를 가지고 과부족을 따지는 반면에 약선의 영양학은 재배 과정,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질을 가지고 적합성과 조화를 따지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것을 결과주의적 영양관과 과정주의적 영양관이라고 부른다면 앞으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시하는 약선의 영양학적 관점이 주목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양의 성분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영양인가, 어떤 성질과 맛을 간직한 영양인가까지 파악해야 비로소 나의 건강과 지구생태계의 환경건강까지 올바르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약선 + 환경>

 

 

 

약선의 영양관을 들여다보면 하늘과 땅과 같은 자연 환경을 어떻게 잘 보존하는가 하는 생태주의가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재료의 맛과 성질(=기운)이 출발하는 곳이 땅과 하늘인데 이것을 잘 보호하고 가꾸는 것이야말로 나를 잘 만드는 것이 되는 것이니 환경보존을 내버려두고 음식을 말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천인상응(天人相應)이 약선학의 바탕을 이루는 주요 철학이라는 점도 약선이 환경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약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건강하게 살려는 한 개인의 관심이라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바라는 전인류의 공통된 관심사가 반영된 하나의 현상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 생물종의 감소 등으로 앞으로 인류가 50년을 살지 100년을 살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여러 분야에 걸쳐 시도되고 있는데 음식에 있어서는 슬로푸드와 약선이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선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생태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 본초에 대한 고문헌만 들여다봐서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동식물은 그 지역(local)과 시간이 포함된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옛말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남방의 귤나무가 회수(淮水) 이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로서 그만큼 생태환경에 따라 같은 생물종도 다른 종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귤나무를 남북에 나누어 심으면 남귤북지(南橘北枳)가 되는 마당에 천년전 중국 산동성의 동식물과 오늘날 강원도의 그것이 같을 수가 있겠는가 의문이 든다.

 

또한 약재의 경우에는 개량종이 많지 않아 고대 유전형질이 이어졌을 확률이 높지만 식재료의 경우에는 다국적 종자회사가 세계의 모든 유전자원을 상대로 육종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재배종 식재료는 옛날의 유전형질을 유지할 확률이 많지 않다. 따라서 약선에서 사용하는 본초가 주로 식재료라는 점에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 나오는 본초의 기미(氣味)를 오늘날 광활한 면적에 단일작물로 재배하는 식재료의 기미와 얼마나 같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재배환경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오로지 햇빛과 물, 바람 그리고 그 지역의 토양환경에 전적으로 의지해서 재배되었지만 지금은 햇빛과, , 바람을 인공적으로 조절하고 그리고 퇴비를 제조해서 해마다 밭에 넣고 있다. 맛은 땅에서 나오고 성질은 하늘 즉 기후에서 나온다고 할 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기후환경과 인위적인 토양환경과 비닐하우스 농업 등을 생각할 때 집약 재배되고 있는 식재료 본초에 과연 고문헌에서 말하는 약성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 그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기미론(氣味論)은 생태주의적 관점이 깃들어 있는 이론이다. 그렇기에 본초의 기미를 고정불변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의 맥락을 잃어버린 본초는 이미 본초로서 의미를 잃은 것이다. 그것이 어느 지역에서 재배된 것이며 언제 파종하여 어떤 계절을 겪은 것인지, 또한 어떤 재배환경에서 생산된 것인지 알아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맛과 성질을 알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본초(本草)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시간과 공간의 맥락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이러니 우리가 지금 귤이라고 말하는 것이 탱자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가 있겠는가?

 

 

 

생활약선, 실천약선이 필요하다.>

 

 

 

약선과 슬로푸드는 식생활에서 건강과 쾌락 이외에 환경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철학이다. 즉 음식이 아니라 철학인 것이다. 물론 실제적인 음식이 되어 개인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우선 쓰여야 하겠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자연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사회철학의 역할 수행이 더 절실하다는 말이다.

 

슬로푸드는 세계로 확산되어 전세계인이 동참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 되었다. 슬로푸드 철학은 “Good, Clean, Fair” 음식을 나누고 즐기는 운동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선은 개인의 질병 구원에 머물러 있으며 고문헌에 근거한 약재 식재의 배합 처방에 머물러 있으며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의 것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 약선은 그 철학이 오늘의 시대정신과 부합되기에 발전 가능성이 많지만 아직까지 그 방향성이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다. 이것을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생활약선, 실천약선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현대 식품영양학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 영양학으로서 약선영양학을 정립하여 대중 교육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약선영양학은 환경과 건강, 나눔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어야 하며 전통식문화를 계승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쉬운 약선 이론을 개발하여야 한다. 우리가 먹는 밥에서, 국에서, 반찬에서 출발해서 실천할 수 있는 약선을 제시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제철재료를 이용해서 골고루 먹는 것만으로도 현대사회에서는 훌륭한 약선이 될 수가 있다. 왜냐하면 너무나 인위적으로 키운 재료나 합성식품첨가제가 들어간 음식 자체가 워낙 독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약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료 자체가 깨끗하게 잘 컸으면 약선이 되는 것이고 비빔밥의 재료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국의 주재료를 뭐로 할 것이냐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약선이 될 수 있다면 시민들이 따라오기가 쉬울 것이다.

 

생활약선, 실천약선이 되려면 약선이 맛이 좋아야 한다.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 음식이라는데 음식을 약처럼 알고 먹는다면 그것은 약이지 음식이 아닌 것이다. 맛은 다분히 문화적, 상대적인 개념이고 훈련에 따라 변하는 것이므로 약선 역시 훈련을 통해서 맛있다고 느끼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약재를 넣어야 약선이 된다는 식의 생각이나 약선을 만들었는데 먹는 사람이 약 먹듯이 얼굴 찌푸리면서 먹는다면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약이고 더 이상 대중화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약선을 개발하기 이전에 지금 시민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 약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생활약선의 핵심내용이다. 새로운 치료약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며 치료약선사를 양성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가장 기본에 두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시민들이 지금 먹고 있는 밥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시민들의 밥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슬로푸드운동이 생겨난 것이며 이것이 전세계 10만 회원과 함께 펼치는 운동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는 생활약선, 실천약선, 약선식생활운동이 생겨나서 한국인의 밥상을 바꾸는데 더욱 강력한 철학과 방법론이 되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