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호밀밭의 파수꾼
런앤힛
2010. 12. 15. 23:32

"나는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내가 할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땐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거지.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거야."
어릴때 읽었던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그 때는 아마 그런 어휘들이 풍기는 낭만적인 뉘앙스에 매료되며 읽었던 기억이.
작은 아이가 수행평가로 채택된 책이라 도움을 청한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고 줄거리를 정리해본다.
섬세하고 순수한 홀든 콜필드는 학교생활의 적응에 실패하고 퇴학을 하고 만다.
예민한 홀든에게 기숙사의 동료들, 교사들의 위선과 허위의 속물근성들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홀든 콜필드는 학교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면서 며칠간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다.
또한 성에 눈떠 가는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과 인간 조건에 대한 예민한 성찰을 하게 된다.
성인이 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련의 일들.
학교에서 퇴학당하고,술을 마시고, 매춘부를 부르고 하는 일들을...
그렇지만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홀든의 호기심( 아직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과
어른답게 행동해보려는 마음이 있지만
평범하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미숙함이 있다.
아들은 이 책이 한 때 범죄자들이 지니고 있었던 책이라는것에 주목해서 이야기 한다.
존래넌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
그리고 냉소적인 반항아들의 유행서적이었던점...등을 이야기하며
하지만 어떤 물건을 착한 사람이 많이 이용했다고 좋은 물건이 아니듯
역시 범죄자들이 많이 이용했다고 해서 나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 물질의 선악 또는 특성은 이용하는 자의 도덕성과는 별개의 문제지 않은가.
그것은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기에.
범죄자들이 이 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내용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엄밀히 말하면 사회도 아닌.사춘기 때 잠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것과 같은) 것과
연결되는 거라고 이야기 해본다.
'나는 짐승은 기는일에 능하지 못하다'는 속담과 같이
소는 뿔이 있지만 그대신 물줄을 모르고,
호랑이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지만 그 대신 뿔이 없고,
쥐를 잡는데는 사자도 고양이를 능가하지 못하고,꿩을 잡는데는 매가 최고이고,
다람쥐는 꼬리에 털이 많아서 나무위를 오르내리는데 균형을 이루게 한다.
그러니까 세상 만물은 모두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따로 있다는 얘기이다.
사람,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가진 꿈과 능력대신에 다른것들을 강요하게 된다면....
홀든과 같은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다람쥐의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 사자의 재능을 흉내내라고 하는건 아닐까?
'이것만은 내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인정해 주며,
꿈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켜봐줄수 있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은 아마 그런것일텐데....
제도의 부패와 사회의 경쟁, 부조리로 고통받으며
마음의 병을 키워가지는 않는지,
자나깨나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이라는 신분을 망각하지 말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부담 주던 내 말들이 조금 부끄럽다.
호밀밭의 파수군처럼,
울타리는 치되 구속은 삼가하고, 언제나 편안함과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그래서 그들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일 없도록 맑은 시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회에 적응해 가야하는
꼭 필요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짚으며
아들과의 긴 대화를 맺었다.